
HBO는 다양성과 특이성에 있어서 한계가 없다는 채널 중에서도 단연 최고다. 그리고 HBO 명성에 걸맞는 전설의 미드로 나는 “The Wire”를 꼽는다. 볼티모어의 정신나간 경찰과 마약 갱단 사이의 거친 싸움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실상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볼티모어라는 도시 그 자체이고, 미국 사회의 이면 그 자체다. 드라마 스틸 컷 중 하나인 볼티모어의 Towers라고 불리는 공영 주택단지.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영구 임대 아파트. 실상은 흑인들을 백인 거주지로부터 분리하는 기능을 하는 고총의 공영주택은 슬럼화되고, 청소년 갱단 지망생들의 마약 판매 거점이 된다. 이 Towers가 이 드라마의 실제 주인공이다. 자신은 철저하게 감추는 박스데일 마약 밀매단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관료주의와 경찰의 무력을 다루는 첫번째 시즌, 마약과 매춘 여성 인신매매가 들어오는 창구인 볼티모어 항구, 항만노동자 조합의 조합장이 재개발 계획을 위한 로비활동 자금으로 마약 밀수에 가담하는 두번째 시즌, 거리 청소를 원하는 시민들에게 부응하기 위해, 마약합법화를 시도하는 경찰서장, 역시 폐허가 되어 모두가 떠난 주택단지에 마약 판매상을 몰아넣고, 그 안에서 팔면 단속하지 않자, 상상할 수 없는 생태계와 서식지가 벌어짐을 보여주는 세번째 시즌, 볼티모어 시장 선거, 주지사 선거와 얽혀서 돌아가는 흑인 청소년들이 다니는 학교의 붕괴와 무능력, 정치인과 갱의 결탁을 보여주는 네번째 시즌, 특종과 퓰리처 상을 노리는 기자와 예산 지원을 노리는 경찰의 우연찮은 합작으로 이루어진 연쇄살인 사건으로 붕괴를 그려내는 다섯번째 시즌. 결국 마지막에 재개발로 이 단지는 철거된다. 내용을 아무리 이야기해도 재미있게 볼 수 있고, 일단 시작하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것이다. 이 시리즈를 보고나면, 다큐멘터리 보다 더 다큐멘터리 같은 사회학 보고서를 본 느낌이다. 그리고 실제 그런 보고서가 있었다.
수디르 벤카테시 (Shudir Venkatesh), 『괴짜 사회학 (Gang Leader for a Day)』, 김영선 역, 김영사, 2009 (2008).
지난 주 읽었던 한국 조폭을 인터뷰했다는 연구에 대한 실망감이 나를 이 책을 이끌었다. 시카고대학 사회학과 대학원에 들어간 서부에서 온 인도계 젊은이는 이 학과의 자랑인 과학적 사회학이 아닌 민속지적인 무엇인가에 끌렸고, 결국 시카고의 빈민가인 Robert Taylor Homes로 들어가 Black Kings라는 갱단 두목과 친하게 되고, 이 공영주택단지에서 흑인 빈민의 삶을 연구하게 된다. 1989년에 대학원에 들어온 이래, 10년간 지속적으로 이 지역을 방문해서 지역 사람들과 소통하며, 그 삶을 연구하게 된다.
이 지역을 처음 방문한 수디르는 그를 이 지역에서 연구할 수 있게 해 준, 제이티와 만나게 된다. 제이티가 질문을 해보라고 하자. 수디르는 이렇게 묻는다. “흑인이면서 가난한 것은 어떤 느낌인가?” 제이티는 흑인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자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면서 가난한 것은 어떤 느낌인가?”라는 질문으로 바뀐다. 제이티는 자신들, 이 건물에 사는 사람들은 깜둥이라고 말한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교외에 살며, 넥타이를 매고 일하지만, 깜둥이들은 일자리도 얻을 수 없다는 힐난의 대답이었다.(35) 어쩌면, 미국도 미국 내 흑인 사회의 실상은 전혀 모르는 이방인인 나로서는 아프리카계 미국인(African American) 혹은 아시아계 미국인(Asian American)이라는 호칭을 좀더 정치적으로 올바른 인종적 호칭으로 법정이나 연구서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거리에서 사는 이 젊은이들은 그들은 자신들과 다르다는 구분의 명칭으로 사용하는 모양이었다. “The Wire”는 절대 자막없이는 볼 수 없는데, 이 드라마 전체에서 비속어가 난무한다. 난무하는 비속어로 보여주는 리얼리즘이 이 드라마가 가지는 높은 평가 중 하나이지만, 요즘 점잖게 F-word라고 부르는 “f***”만으로 이루어진 대사도 있다. “f***”을 42번, 온갖 억양과 길이로 주고 받으면서, 수사가 진행된다. 이 젊은이들은 스스로를 “깜둥이”라고 부르면서 서로 주고받는다. 점잖게 “N-word”라고 하지 않는다.
무법적 자본주의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로버트 테일러 홈즈 같은 빈민 거주 지역은 실상 가난한 사람들이 주류에서 분리된 채 힘겨운 삶을 살아가야 하는 ‘최하층’ 도시 거주 지역이다.(61) 점점 넓은 구역을 관리하게 되어 승승장구하는 제이티의 어머니 메이 부인을 방문했을 때, 메이 부인에게 음식값으로 몇 달러를 내려 하자 거절한다. “자네 우리 예기 좀 들어보게. 우리가 가난할지 몰라도 여기 오면 우리를 불쌍히 여기지 말게. 우리를 더 관대하게 봐주지 말란 소리네. 그리고 우리게게, 자네가 자네 자신에게 적용하는 것보다 더 낮은 기준을 적용하지 말게나.” 메이 부인은 자신들의 삶이 일종의 공동체라고 말한다.(68) 실제 제이티의 갱단은 주택단지를 자체 관리했고, 일종의 완벽한 통치자처럼 보였으며, 매춘부들과 불법입주자들을 관리하면서, 일종의 보호를 하고 있었다.(89) 그러나 때로 그는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했다.(95) 로버트 테일러 홈즈에서 벌어지는 “야구경기”에 대한 이야기는 “The Wire”에 나오는 갱단들의 농구경기를 연상시켰다. 스포츠로 뒤바뀐 일종의 전투 같은 느낌. 그러나 메이 부인이 말한 관용성과 동등성의 원칙은 실제, 노숙자들이나 사회에서 보호받을 데가 없는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할 때, 늘 직면하게 되는 딜레마이다. 문제는 ‘선의’나 ‘호의’가 대상에게 전달되지 않는데 있다. 합숙소 같은 시설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에게서 종종 발견되는 일이다. ‘선의’는 의외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래서 규칙이 때로는 매우 중요하다. 일종의 규율사회를 형성하는 것이다. 지나치면 물론 비극이 된다. 그래서 선의와 규칙 사이의 어느 중간에서 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데, 그게 아주 어렵다. 게다가 한 사람에게 슬쩍 베푼 사과 한 알의 호의가 그대로 전달되리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그 호의는 그 사람에게는 자랑거리가 될 수도 있고, 일종의 특권이 될 수도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는 불공평의 증거가 될 수도 있고, 질투의 상징이 될 수도 있다. 나는 그런 환경에서 관리자가 되지 않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그래서 사무실에서 서류를 만지면서, 지원금 뒤치닥꺼리를 할 때보다, 탑차를 타고나가 구호물품을 가져오거나, 밭에서 팔 수 없는 배추나 채소 따위를 따서 나를 때가 훨씬 즐거웠다. 몸은 좀 고되었지만, 그때 만큼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동등했으니까.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때로 수고한 사람들과 일부러 자리를 떨어져 앉기도 했는데. 그러면 그들은 아는 척 모르는 척 소주 한 잔을 곁들이기도 했다. 나른 모른 척 계산하면 그뿐이었다. 영수증은 내가 처리하면 되니까.
놀랍게도 이 갱단은 선거인단 모집활동도 하고 있었다. 전직 갱단 출신이 일종의 브로커 활동을 하면서, 상가교회 같은 장소를 빌려서 모임을 가졌다. 난 각주가 더 놀라웠다. “상가 교회 (storefront church)는 노예제도가 폐지된 이후 아프라카계 미국인 기독교인들이 예배 장소로 이용했던 곳이다. 당시 재정 기반이 취약했던 그들은 성당이나 작은 예배 장소도 지을 수 없던 처지라, 원래 상점으로 세를 놓았던 곳을 교회 용도로 바꿔 이용했다” (111) 이런 활동은 사실 갱단의 전형적인 활동으로 “The Wire”에도 그런 모습이 살짝 비친다. 수디르는 “시카고 정치 머신”의 역사를 이야기하는데,(112) 이 이야기는 시카고가 도축 산업(Meat Packing Industry)로 번영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전에도 말했지만, 정치 머신의 작동구조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영화 “The Godfather (대부)”의 1편이다. 이탈리아에서 온 이민자 콜레오네(말론 브란도)가 점차 힘을 얻자, 새로운 이민자에게 집과 직장을 알선해 주고, 총기와 마약을 숨겨달라는 도움을 요청하고, 이들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과정. 그리고 투표. 미국은 대통령, 연방상하원, 주지사, 주상하원, 시장, 카운티, 검찰총장은 물론 보안관까지 투표로 뽑는 나라다. 정치 머신이 작동할 환경이 너무나 잘 갖추어져 있는.
수디르는 3년쯤 지나서 자신의 일이 지역사회를 돕는 일이고, 갱단 리더인 만큼 박애주의자로 자처하며, 모든 갱단 부하에게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도록 하고, 마약을 금지시키고, 청소년 센터에 운동 기구와 컴퓨터 구입 등을 도와주거나 가정 학대범을 손보는 제이티를 슬쩍 비꼬게 된다.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많은 돈을 벌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그러자 제이티는 하루 동안 자신의 일을 해보라고 한다.(160-161) 그게 이 책의 제목이 된다. Gang Leader for a Day. 그리고는 하루 동안 기진 맥진 하게 되는데, 고객과 마약판매상의 갈등, 물건을 속이려는 하급 조직원, 지역사회의 사람들과 하급 조직원의 갈등, 다른 조직원들과 잠재적 갈등 무마, 변덕스러운 윗사람들. 제이티의 일도 나름 보통은 넘었던 셈이다. 조직원들을 학교에 보내는 이야기를 들으면, 『두사부일체』라는 코미디 조폭 영화를 생각하겠지만, 실상 이야기는 “The Wire” 에 나오는 보스 에이본 박스데일(Avon Barksdale)의 동료 스트링거 벨(Stringer Bell)과 매우 닯았다. 스트링거 벨은 조직의 보스 에이본이 체포되자, 조직을 장악한다. 그는 비즈니스 개념을 조직에 도입하고, 모든 조직원들에게 졸업장을 따게하고, 마약을 하는 조직원은 엄격하게 처벌한다. 제이티가 대학을 졸업하고 판매원으로 일했던 것처럼, 스트링거 벨은 야간 대학에 다니면서 경영학 수업을 듣고 이를 마약 비즈니스에 적용한다. 그리고 세탁소나 문구점 같은 합법적인 사업을 차려놓고, 마약 사업을 관리한다. 감옥에서 나온 에이본과 결국 충돌하게 되지만. 경영자 갱단 두목 스트링거 벨은 제이티와 꽤나 닮았다.
이제 수디르는 베일리 부인으로 알려진 주민 대표에게 접근한다. 주택단지 장악 측면에서 제이티와 베일리 부인은 협력하는 동시에 일종의 경쟁관계이기도 하다. 베일러 부인은 주류 판매상에게서 얻어낸 공짜 맥주를 이용하여, 전에 로버트 테일러에서 살았거나 아직도 가족이 이곳에서 살고 있는 중산층들을 찾아다니면, 술 몇 상자와 옻, 담요, 휴대용 난로들과 바꾼다. 베일리 부인이 자라던 시절에는 자선 단체, 교회, 시의 기관, 그리고 개인 독자가 등 모든 사람들이 공영 주택단지 거주민들을 도왔지만, 이제는 독지가도 없고, 무료로 음식을 주는 사람도 없고, 교회 조차 이런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들이 이런 일을 해야한다고 말한다.(210) 베일리 부인은 나름 자신의 엄격성을 가지고 마약 중독자나 그때문에 몸을 파는 여자들에게는 엄격하게 대한다. 주민회의가 열렸을 때, 일부 참석자는 갱단을 비난했지만, 베일리 부인은 갱단과의 협력관계를 언급하면서, 갱단의 부정한 이익을 좋은 용도에 쓰게하는 자신의 능력을 강조했다.(222-223) 베일리 부인을 중심으로 한 일종의 민병대(자경단)이 이 주택단지에 존재했다. 도둑맞은 물건을 찾고 처벌을 내리고, 희생자를 위해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소집되는 일종의 민병대.(237) 경찰은 오지 않고, 시카고 주택공사는 이곳을 도울 생각이나 여력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필요한 일은 스스로 해애야 한다. 베일리 부인은 그 중간에서 거간꾼으로 행동하고, 여기저기서 돈을 챙기고, 사례금을 또 주택공사 측 친구에게 보내고, 그리고 자신은 돈을 챙겼다.(250) 나는 베일리 부인을 옹호할 생각도 없고, 비난할 생각도 없지만, 나는 이와 꼭 같지는 않아도 이런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남들 앞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선량함의 대명사 였지만, 실상은 그런 일을 통해서 사적 권력을 충족시키고, 어떤 경우는 자신이 돕는 대상에게 잔혹하게 대하며, 돈이 될 것 같으면 발을 벗고 나서고, 그러나 그 과정을 통해서 아무도 돕지 않는 그들을 돕게 된다. 그 사람이 없다면, 더 좋은 상황이 오기는 커녕, 늑대가 사라진 곳에 하이에나만 넘실 거릴 것이 분명하다. 나는 실상 고개를 흔드는 길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사람들은 점점 더 가난한 사람들을 돕지 않게 될 것이고, 자선은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이 점만은 아주 분명해 보였다.
수디르는 좀더 주택단지의 사람들을 인터뷰하게 된다. 베일리 부인이 처음에는 길을 열어주었지만, 점차 자신이 길을 개척하게 된다. 갱단이 이곳을 장악하기 전에, 이 곳은 “여자들을 위한 시간, 여자들을 위한 장소”였다고 기억한다. 4,000가주의 90퍼센트가 여성가장이었다. 많은 여성들이 1960년대 시민권을 주장하고, 1970년대 흑인 피선거권을 주장했고, 공동체를 위해 싸우려고 했지만, 1980년대과 90년대 갱단, 마약, 빈곤으로 처지가 악화되면서, 그들은 주류에서 밀려났다.(267) 이 여성들은 상거래와 나름의 교환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사탕을 팔거나, 아이를 돌봐주거나, 차를 빌려주거나, 교대로 요리를 하거나, 아파트를 공유하여, 냉장고와 레인지, 무허가 케이블 텔레비전, 온수 샤워 등을 공유하면서 살고 있었다.(268-269) 이들은 모두 은밀하게 돈을 받는 부정수익자들이었다. 몇 해 전까지 생활 호보 지원금이 있었지만, 일리노이 주와 많은 주가 성인 남성에 대한 지원을 끊었다. 로널드 리건이 착수한 보수적 개혁은 1996년 클린턴 정부에서 절정을 이루었고, 모든 생활 보호 지원을 한시적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놓았다.(270) 수디르가 신나게 지역사회를 인터뷰한 자료를 놓고 제이티와 베일리 부인과 이야기를 나눈 후, 그는 로버트 테일러에서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제이티와 베일리 부인이 수디르의 이야기를 듣고, 소득이 있는 사람들을 쫓아다니면서, 수금을 했던 것이다.(277) 게다가 지역사회를 돕기 위해 시작한 글쓰기 교실에서 알게 된 것은 이곳에서 거의 모든 일에서 섹스가 화폐대용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돈이 없는데 쫓겨나지 않기 위해 베일리 부인에게 남편을 보내 자게해야 하기도 했다.(291) 지역사회의 문제를 여성들이 해결하다가 갱단에게 장악당했다는 장면에서 사실 낙심이 될 정도였다. 마약이 그들의 자조활동을 붕괴시켰다. 마치 한국의 빈곤한 지역사회의 종말을 예견해서 보는 느낌이었다. 폭력이 전면화되면, 스스로 돕는 일은 무산된다. 선의는 더 이상 선의로 남지 못한다. 폭력을 제어해오던 것은 실상은 폭력이 아닌 도덕심이었다. 그리고 마약이 붕괴시킨 것은 도덕심이며, 마약이 표현으로 일깨운 것은 욕망 그 자체였다. 욕망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힘이 없으면,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 이제 이곳에는 흑과 백을 기꺼이 넘나들며, 선과 악을 자유자재로 바꾸어 살아가는 베일리 부인 같은 사람만 생존하게 된다. 몰락이다. 그리고 그 과정과 함께 사회보장의 축소와 한시성의 강화, 차등성의 강화가 이어진다. 사회가 도울 필요가 없는, 돕는다고 해도 개선 효과가 없는 이들을 포기하는 것이다. 나는 다시 한 번 통계에 의존하는 안전관리, 생명관리 통치술을 말한 미셸 푸코를 떠올렸다.
수디르는 의도하지 않게 경찰의 주목도 받게 된다. 경찰이 갱단 파티에 복면을 쓰고 습격해서, 보석과 돈을 털어가는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경찰도 갱단도 모두 아는 사실. 이 물건을 경찰 경매에서 팔아, 자선 단체로 보낸다고 한다.(318) 불법으로 엄청난 돈을 버는 것에 화가 났던 것이다. 그들의 말처럼 경찰도 갱단이었던 셈이다.(325) 그이고 이 지역경찰은 갱단 두목을 굳이 소탕하지 않는다. 이들이 없어지고 나면, 조무래기들이 등장해서 한층 더 무법천지가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FBI가 등장한다면 그건 다르다. FBI는 조직을 소탕하고, RICO법으로 기소하려고 한다.(319-320) 수디르는 제이티와 베일리 부인 그리고 경찰 모두에게서 밀고자와 염탐꾼으로 의심받게 된다. 그러나 그는 그것들 중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는 객관적인 연구자인가? 그렇지 않다. 그 자신이야말로 이 연구를 통해 자신의 학문적 성취를 이루고, 이곳을 빠져나가, 하버드 대학의 특별 연구원으로 콜럼비아 대학 교수로 승승장구하게 되는 부정수익자인 셈이다.(334) 그는 이 지역 주민에게 아무 것도 지불하지 않았다. 그는 내내 교수님 소리를 들으면서 돌아다녔고, 때론 그들의 호의와 외로움과 허영심을 이용한 셈이었다. 그는 그런 마음을 품고서도 연구를 계속했다. 그러면서 떠날 때가 다가옴을 알고 있었다. 연구는 원래 이기적인 것이며, 주변 모두를 희생시키는 것일 뿐이다. 도덕적이면서, 선한 삶을 살고 싶으면 연구를 하지 않으면 된다.
로버트 테일러의 철거 소식이 전해지고, 갱단이 동요하자 티본은 수디르에게 장부를 넘겨준다. 이 장부가 스티븐 레빗과 함께 쓴 『괴짜경제학 (Freakonomics)』를 쓰는 자료가 된다. 4년 간의 마약 판매, 강탈, 다른 곳에서 나오는 갱단의 수입과 지출, 도매로 구입하는 코카인, 무기, 경찰에 건넨 뇌물, 장례비와 급여. 인상적인 것은 어린 갱의 급여였는데, 믿을 수 없이 급여가 낮았고, 세련된 옷과 자동차에 돈을 쓰는 또래들 사이에서 받는 압박감이 매우 컸다. 티제이의 오른팔인 프라이스나 티본도 일년에 3만 달러 정도를 벌었고, 그래서 어린 블랙 킹스 단원들은 맥도널드에서 합법적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세차를 해서 수입을 보충했다. 그러므로 제이티 같은 갱단 보스의 중요한 일은 어린 단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일이었다.(348-350) “The Wire”에서도 조직의 말단 판매책인 디안젤로와 그의 졸개들이 먹는 것은 언제나 “맥너겟”이었다. 그들은 햄버거 조차 제대로 먹지 못했다. 햄버거를 먹는 것은 특별한 일이었다. 그리고 철거 용역에 동원되는 한국의 조폭 말단 행동대원들도 부정기적으로 주어지는 용돈에 의존한다고 하니. 이 세계야 말로 먹이사슬이 가장 잔혹한 세계인 모양이다. 빈곤한 젊은이들이 보기에 화려해 보이는 세계일 수록 실상은 어두운 것 같다. 기획사에 들어가서 걸그룹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대 가는 편이 훨씬 쉽다지 않은가. 성공률도 높고, 나중에 삶의 보장성도 높고.
시카고 주택공사가 로버트 테일러를 철거하게 되자, 역시 베일리 부인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자신과 몇몇 주민대표는 넓직한 집을 얻고, 제한된 사람에게 주거를 제공하는 거래를 하게 되고, 베일리 부인은 또 몇몇 가정과 뇌물을 주고 받으며, 이 명단을 작성한다.(357) 처음 계획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결국 주민의 90%가 다시 흑인 빈민지역에서 살게 되었고, 이전의 삶보다 더 비참해진 경우도 많았다.(366) 빌 클린턴이 이 지역을 방문하고, 그 사전 정지작업으로 이곳을 여러 차례에 급습했다. 클린턴은 기대와 달리 연설을 하고 지나갔지만, 이곳 사람들엑는 잔치였다.(370) 철거는 진행되고, 갱단은 무너져가고, 베일리 부인의 사업도 몰락하면서, 수디르는 떠날 준비를 한다. 베일리 부인의 말은 꽤나 인상적이다. “자네는 겁내지 않을 일을 그들은 두려워한다고, 새 가게에 가거나 옛날에 가본 적 없는 지역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정류장에 서 있어야 할 때 그들은 두려움을 느껴, 난 그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어.”(378-379) 수디르는 무너져 가는 시카고 갱단을 떠났고, 이제 암흑가는 해체된 거나 다름없다. 수디르는 가장 큰 이득을 챙긴 부정수익자가 아니었을까.
나는 내가 속한 지역사회에서 몰락의 전조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2016. 3. 29.
* 괄호 안의 숫자는 번역서의 쪽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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